일요일밤...
녹초가 되어 집에 도착했다.
뜨거운 물줄기에 몸을 기대고 한참 동안이나 샤워를 했다. 그래도 개운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너무 피곤해서 일까? 아니면 아직 긴장감이 남아서 일까?
12시...
잠을 자긴 너무 이른 시간인가?
피곤하지만, 잠이 쉽게 오지 않는다. 양한마리 양두마리 양세마리...
새벽1시30분...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고요한 새벽에 울리는 전화는 달갑지 않은 전화이다. 그러나 받지 않으면 대형사고가 날 수 있다.
겨우 잠이 들려고 했는데... 젠장
역시나 사고 터졌다. 서비스 하나가 맛이 갔다.
담당자 깨워서 소심하게 복수나 해줄까 하다가 너무 피곤해서 바로 쓰러진다.
새벽5시...
또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날 죽여라!
모니터팀에서 전화가 왔다. 일부 이미지 서버가 이상해서 복구가 되었고 어쩌구 저쩌구 브라브라브라~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나는 대답을 했다. "죄송한데요. 방금 말씀하신거 메일로 보내주시겠습니까?"
바로 또 쓰러졌지만, 굉장히 신경이 쓰인다.
잠은 또 달아났다. 결국 담배를 물고 만다. 휴...
9시...
몇번의 기상 알람 소리를 무시한채 맘 속으로 10분만 더~를 외친다. 날 내버려둬...
결국 지각했다. -_-;
플랙서블하게 움직이긴 하지만, 어제 오픈한 녀석 때문에 일찍 나오기로 해서 사실 마음에 걸리고 미안한 생각이 든다. 나이가 몇갠데, 투덜투덜... 그래도 그날 새벽 상황은 나를 너무 지치게 했는걸.
10시20분
CS마스터, 나XX님이 나를 보자마자 반갑게 맞이한다.
내가 반가울리가 없는데, 드디어 담당자가 나타났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아... CS가 텍사스 버팔로떼처럼 몰려오나 보다 하는 직감이 든다.
평소에 장애가 없는 있어서는 안되는 곳이라 CS가 거의 없는데, CS센터에서두 당황하고 있는 듯 하다. 교육이야 했지만, 언제나 세상엔 예외라는 것이 있지 않는가?
괜히 나도 버벅거린다. 뭐부터 처리하지? 어떻게 처리하지? 이걸 왜 나한테 다 보냈을까? 제길... 할 것이 산더미인데... 머릿속이 어지럽다.
이래저래 조금씩 처리가 된다. 나야 중간에서 던지고 받는 입장이긴한데, 던졌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곤란에 빠진다. 피드백 되어야 하는데... 조바심 등장.
오후 시간엔 아예 개발자 쪽으로 다시 자리 컴백. 어제가 끝인줄 알았는데... ㅡㅜ
다이렉트 압빡 커뮤니케이션 모드.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일 밖엔...
저녁 6시
긴급 회의 들어간다. 속도의 압박을 개선하자. 이번엔 정말 속도 튜닝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그 복잡한 화면을 W3C 통과 시킨것도 참 용하다. 물론 내가 한건 아니지만... 조낸 압빡! 나도 참 어지간하게 피곤한 인간이다. ^^;
다음날 새벽 12시
드디어 문제의 한녀석을 잡았다. 휴~
솔직히 나는 그것도 중요했지만, 실제 사용자들에서 나타나는 기묘한 증상을 먼저 처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더 크리티컬한 문제라 내가 하고 먼저 처리하고 싶은 녀석이 너무 작게 느끼졌다.
새벽2시
야식으로 족발을 먹었다. 간만에 이렇게 먹으니 괜찮다. 쫄깃쫄깃...
나는 챙기는 능력은 확실히 떨어진다. 내가 조바심 나면 암것두 못한다니깐. 오로지 문제의 녀석이 끝나야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는 속성이 있나보다.
새벽2시30분
회사 뒷문에서 담배를 물고 수다를 떨면서 일행을 기다린다.
그러면서 회사에서 자는 동료에게 잘자라는 인사를 권한다.
잠시후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 무거운 몸을 택시 뒷자리에 뉘운채 열린 창문으로 쏟아지는 바람을 맞이한다.
꽤나 추웠는데도 창문을 올리기가 싫다.
한동안 매일 새벽을 가르며 택시를 타고 다녔건만, 오늘 같은 느낌은 생소하다. 여유가 생긴 것일까?
기분이 좋아진다. 새벽 바람을 가르는 이 느낌은 왠지 모르게 기분좋은 느낌이 든다.
그렇게 힘들게 마무리한 녀석에 또하나의 버전을 만들 생각을 해서 그런가? 내 운명은 이런건가? 허헐~
그래 못하는게 아니라면 차라리 전투적으로 하는 것이 맞다. 내가 조금 힘들어도 다른 사람들은 작은 행복감은 느낄 수 있지 않는가? 작든 크든...
어쨋든 이 새벽의 느낌은 아주 좋다. 비록 눈꺼풀이 조금씩 무거워진다는 것이 느껴지더라도...
마치 잘 따르는 강아지를 쳐다보는 꼬마의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