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상하지 않지?

책을 읽다보면 책장을 넘기기전의 이야기들은 기억하지만,
글 전체가 기억이 나지 않듯이 추억이란 마치 그런 것 같다.

어제부터 급하강된 컨디션 때문에 오후에 출근하려고 했는데, 정말 문자 많이 온다.
급기야 고객센터의 문의 전화까지... 아흑~ 쉴수가 없다.  ㅠ.ㅠ

2시까지만 가면 되는데, 갈까말까 망설이던 중 뜻밖의 전화 한통.
전화번호 등록되지 않았지만, 핸드폰에 찍힌 전화번호는 기억 속에 있던 녀석이 아니던가.

벌써 5년의 시간이 지났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헤어진 시간...

지금은 어떤 이의 아내가 되어 애기까지 있는 사람으로부터의 전화.
나의 잠겨 있던 목소리가 깨어난다.

무슨 일일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 하고 짧게 생각이 떠올랐지만 아무런 일도 없었다.
그냥 어떻게 사는지, 잘지내는지에 대한 안부를 묻는 것이 다였다.
애기에 대한 얘기를 할땐 행복한 느낌마져 들 정도니 무슨 일이 있을려구...
괜한 걱정 했네.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고, 아무 이유없이 떠난 사람과의 대화는 마치 어제 만난 사람처럼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래전 6년간을 봐왔던 탓일까? 아니면 미워하는 마음이 없는 탓일까? 그 당시엔 너무 황당하고, 미칠 것 같았는데...

아마 오랜 시간이 감정을 무디게 만든 것 같기도 해.
하긴 지금와서 미워하면 뭐해... 행복은 못 빌어줄 망정.

전화를 끊고 나서야 멍한 느낌이 들긴했다.
많은 시간이 흘렀고, 많은 것들이 변했는데 나는 계속 그자리에 있는 듯 한 느낌.

모쪼록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랄뿐이다.
가끔 연락하라는데, 그건 글쎄...


글을 다 쓰고 나니, 왜 아무렇지도 안았는지 알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