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

머리 속이 복잡복잡~ 몸은 피곤한데...
금요일 저녁 난 KTX에 몸을 싣고 부산으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려 서울역으로 가는 길에 지하도에서 난생 처음 본 것이 있다.
서울역으로 가는 지하도로 내려가니, 왠 사람들이 식판을 들고 여기저기 흩어져 밥을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은 근처에서 일하고 저녁을 먹는 건 아닌 듯 했고, 서울역 근처에 있는 노숙자들이 아닌가? 행색을 보면 왠지 피하고 싶은 모양새들...

왠지모를 소름이 끼쳤다. 이건 그 사람들이 내게 말을 걸까? 뭘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닐까? 에 대한 느낌이 아니라, 무엇이 저 사람들을 거리로 몰았을까? 하는 뭐 이래저래 복잡한 생각이 스쳤다.

그들은 바닥까지 왔기에 아무 것도 아무에게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나를 비롯한 일반 사람들이 멀리하는 것인지도...

기차 안 내 오른쪽 옆자리에선 두명의 여자들이 지치지도 않는지, 시끄럽게 통화를 하고 둘이서 연신 떠들어댄다. 대각선 쪽에선 PMP 로 게임을 하는지 PMP의 비프음이 상당히 거슬린다.

기차 여행의 운치를 기대하는 것은 여전히 무리인가?
종종 기차를 타지만 대부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훗~
그냥 눈감고 자는거다! (혼자라서 그런가? 심심해서? -_-;)

부산역에 내리니, 밤기운이 쌀쌀하다.
던킨도넛에서 아메리카노 한잔을 테이크아웃해서 밖으로 나온다.
늦은 밤이었지만 사람들이 꽤나 많다.

널려있는게 택시인데, 어떤 양반이 해운대를 외친다.
그쪽으로 가야하는 모양이군 하고 생각했는데, 나를 보며 해운대 가냐고 대뜸 물어본다.
고개를 끄덕였더니, 따라오랜다. 나도 모르게 따라가니 뒷자석엔 손님으로 보이는 남여가 앉아 있었다. 합승이라... 왠만하면 합승 안하는데 다시 택시 정류장으로 가는게 귀찮아서 그냥 타버리고 만다.

역시나 합승은 하면 안돼.
집으로 가는 길은 뻔한데, 앞서서 탄 분들 덕분에 돌아간다. 아놔~~~
택시 기사한테 괜히 합승해서 돌아간다고 툭 한마디 던졌더니, 띠옹~ 쳐다보며 똑같다는게 아닌가? 췟~ 장난하나?

거짓말한 것이 부담되었는지 택시비를 깍아준다.
깍아줘두 내가 원하는 코스로 가는 것보다 더 비싼데. -ㅅ-

간만에 집에 가서 따뜻한 밥 먹고, 다시 같은 코스로 서울로 회귀했다.
그래도 바다는 보고 왔네. 눈은 잠시 시원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