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지션, 또 다른 나를 보여주다.

본부가 생긴 이후 첫 워크샵 도란도란 팀만 있다가 팀이 모여서 본부가 되니 사람수가 꽤 많다. 
워크샵 TFT 만들어서 많은 수의 사람들을 즐겁게 할 프로그램까지 만들어야 했으니... 

이래저래 오후 프로그램을 끝내고, 저녁 바베큐 타임! 나도 모르게 숯불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쇠철판 앞에 
서서 고기를 굽고 있다. 평소 고깃집에선 잘 구워진 고기 위에만 포커스를 고정하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이거 정말 재미있는 일이 아닌가? 

진짜 칭찬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고기가 연신 맛있게 구워졌다는 사람들의 즐거운 표정을 보면 정말 내가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역시 받는 것보단 주는 것이 행복감을 더해 주는 것인가? 그러겠지? 
뭐 그것 때문에 심장을 도려내는 아픔을 간간히 겪긴했지만... 고기 굽는 동안 머리카락 한올한올 잘구워진 
고기 냄새가 베어간다. 그래도 좋다. 그들이 즐겁다니... 

그게 더 즐거웠던 이유는 왠지모를 경쟁 심리도 작용한 듯 하다. 게임을 해도 뭘 해도 지는건 하기 싫다. 
특별히 도전의식은 아니고 지는 것을 예상한 것은 아예 시작을 하지 않는다. 뭐 고기 굽기 전에 저쪽 보다 
맛나게 고기를 구워낼거다. 라는 생각은 한건 아니지만... 괜히 비유를 하다보니 그렇네. ^^; 

농담삼아 내 주위를 둘러싸고 맛나게 고기를 먹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나를 발견했다." 라고 얘기했지만, 
발견했다기 보다는 그것을 행하고 있는 진심, 그것을 즐겼던 것이 결과물로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그런 행동이 평소 까칠하고, 다소 시니컬한 내가 다르게 보였을까? 나는 디테일한거라고 늘 주장하긴 하지만... -_-; 

또하나... 
워크샵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허리가 약간 삐끗했지만, 우리 팀장님의 결사적인 외침으로 가무를 했어야 했다.
삐긋한 허리가 괜찮을까? 싶었는데... 빼봐야 뭐가 재밌겠냐... 10여년전의 율동을 몸이 다시 재생해 줄까? 
하는 의심도 들었지만, 열광의 도가니(-.-;), 분위기 업 시키는데 완전 성공했다. 잘 짜여진 가무가 아니고 
이것저것 마구섞인 막춤이었지만... ㅋㅋㅋ 하지만 그것 하나만으로 나를 리포지션하는데 충분한듯 하다. 

제발 요상한 소문만 나지 않길 바랄뿐... 워크샵 진행되는 동안 맘 속 한구석엔 다음날 새벽같이 서울로 
컴백하라는 스톱워치가 리마인드되는 통에 머릿속을 텅 비울 기회였는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