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콥 닐슨과 홍익인터넷이 쓴 글의 비교

*korea.internet.com , 2000년

한국의 인터넷 발전이 미국보다 1년 정도 뒤처져있다고 흔히 얘기한다. 특히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미국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웹디자인 부분에서는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크게 차이는 없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제이콥 닐슨이 작성한 글과 비교했을 때 양쪽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을 몇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네비게이션 및 UI
  • 새로운 윈도우 창 띄우기
  • 페이지 구성에서 컨텐츠의 배열과 메뉴 구성
  • 서버 안정화

웹이 탄생한 지 올해로 6 년째이고, 그 동안 숱한 발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초기에 밋밋한 텍스트 외에는 없었던 HTML 문법도 이제는 웬만한 프로그래밍이 없이는 개발 및 운영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복잡하게 발전했다 (사실 이것은 모순이다. HTML과 웹은 누구나 쉽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처음 개발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무나 할 수 없는 공룡 수준으로 점점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출판 미디어와 다르고, TV와도 다른 새로운 매체인 World Wide Web에서 디자인과 UI 문제는 늘 이슈였고, 새로 개발되는 인터넷과 관련한 거의 대부분의 신기술은 좀 더 편리한 UI와 네비게이션을 추구하려는 노력의 산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실제로 웹 사이트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분야와 달리 광범위하게 축적된 노하우 등이 별로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흔히 하는 말로 "정답이 없는" 분야에서 고생해왔다. 이제 6년째로 접어들면서 사이트 개발에도 많은 노하우가 축적된 것도 이러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시행착오가 아우러진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경력이 짧고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이 그릇된 컨셉으로 웹사이트를 개발하는 경우가 있다. 웹 디자인 분야에서도 1년 정도 차이가 있는 미국과 한국에서 똑같은 경우를 실수로 지적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러한 사례가 많기 때문인 것이다.

제이콥 닐슨의 글과 차이가 있는 부분으로 눈에 띌만한 것은 컨텐츠를 확보하라는 부분과 인터넷의 최신 용어를 사용하라는 부분이다. 미국에서 1년 정도 뒤쳐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이지만, 컨텐츠 부분은 오히려 미국에 비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부분이다. 한국 특유의 커뮤니티 덕분이다.

팍스넷이나 메뉴판 처럼 처음부터 게시판 위주로 운영되는 사이트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에서 컨텐츠는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것 못지 않게 일반 고객이 사업자가 제공하는 게시판을 통해서 스스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부분을 잘 활용하면(이것은 비즈니스 모델과 사이트 기획에 직접 관련된다) 오히려 한국에서 컨텐츠 생산은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인터넷의 최신 용어를 많이 사용하라는 제이콥 닐슨의 지적은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한국인만큼 "최신"이라는 단어에 목매다는 민족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런 것들에 민감하지 않던가. 하나의 개념이나 단어가 제시되면, 그것에 대한 이해 및 숙련도와 상관없이 일단 갖다붙여서 쓰고 보는 경향이 짙다.

"최신"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장충동에 몰려 있는 족발집들을 보면 하나같이 "원조 족발"이다. 모두가 "내가 원조요"하는, 남이 하면 무조건 따라하는 경향이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에 오히려 "최신용어를 시의적절하게 많이 사용하라"는 Nielsen의 지적은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각설하고, 공통된 부분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자. 미국과 한국 양쪽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한 부분들을 잘 살펴보면 거기서 다시 그 안에서도 공통적인 교집합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기본(Basic)"이라는 것이다.

접속 불가나 페이지 없음 등의 오류 메시지가 뜨지 않도록 하는 서버 운영, 최상위나 바로 윗단계 메뉴로 돌아갈 수 있는 돌아가기 버튼의 설치, 정형화되고 바둑판처럼 잘 정리된 컨텐츠의 배열 등 이 모든 것들은 웹 사이트 기획에서 기본이라고 할 것들이다. 그런데 아직도 이러한 문제점들이 있다고 언급되는 것이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뒤집어 생각해보라. 그리고 스스로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자. 많은 경우 "기본"을 알면서 잘 안 지키고 있거나, 아예 기본을 모르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기본을 모르는 기획자나 운영자가 사이트를 구축하게 되면?

물론 "안다"는 것과 "실행"한다는 것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정신없이 사이트를 구축하는 도중에는 그러한 부분들을 깜박 망각하고 지나갈 수 있다. 그리고 주변에서 압력과 상사들의 요구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기본을 버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런 변명이나 항변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기본"이란 단어를 보다 확대해석하게 되면, 단지 지식과 기술이 아니라, 기획자나 웹마스터의 마인드까지 언급할 수 있다. 문제점을 대하는 태도와 관점에 대한 것이다. 문제점이 있음을 솔직하게 시인하고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하려고 하는지, 아니면 그냥 덮어두고 넘어가는지에 대한 것이다.

이미 언급한 내용이긴 하나, 정답은 누가 봐도 나와 있지 않은가? IT업계에서 정답은 아마 이것 하나 뿐이라고 해도 지나친 비약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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